2012/끄적끄적

슈퍼스타K2 진정한 진검대결

강사 신종호 2010. 10. 16. 11:22

요즘 가장 흥미를 끄는 프로중의 하나죠. 슈퍼스타K2. 허각, 장재인, 존박 3인이 남았는데.. 방송을 보시면 알겠지만 장재인이 떨어졌습니다. 어제 방송을 보니 허각>장재인>존박순으로 잘 불렀는데 말이죠. 개인차는 있겠다만..

슈퍼스타K2가 시작할 때, 허각과 존박의 사이는 참 각별했습니다. 노래 부를때도 둘이 참 잘 맞는거 같아요. 보이스 컬러도 전혀 맞지 않지만, 기억이 나네요. 슈퍼스타K2 팀별 예선이 진행될 때, 그 둘이 한 팀이었죠. 허각과 존박의 하모니는 정말 듣기 좋았던거 같습니다. 중후한 보이스의 존박과 감성적으로 남달랐던 허각의 듀엣은 자석의 극과 극처럼 끌어당기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장재인과 김지수의 호흡은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는 느낌이라면, 존박과 허각은 서로 믿고 의지를 하는 느낌이 강하죠.

솔직히 발성으로 볼 때, 존박의 발성은 좋은 편이 아닙니다. 가수라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고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창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죠. 그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가창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연습하면 충분히 늘일수 있는게 가창력입니다. 존박의 음역은 상당히 낮다기 보다는 공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저조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존박은 기본적인 가창력으로 따지고 보면 좋은 가수라고 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허각의 경우는 타고난 미성인 것도 있지만 확실히 후두가 내려가 있고 호흡이 안정되어 있으며 두성으로 발성이 되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성으로 인해 발라드도 소화가 잘 되고 두성과 후두의 조절로 비트가 강한 노래도, 지르고 쏘는 노래도 소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이승철이 항상 생각하는 것도 '노력으로 노래를 잘 부를 순 있어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을 따라잡을 순 없다.'라는 것입니다. 그 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확실히 가창력을 갖고 보면 연습을 아무리해도 미성을 갖고 타고난 사람을 따라가긴 정말 힘듭니다. 저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미성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시작부터가 다릅니다.

반대로 존박은 후두가 내려가질 못하고, 뒤로 당기는 음을 많이 사용합니다. 음을 당긴다는 말은 스스로 가창력을 보여주기 위해 높은 음을 부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만 발성이 잘 되지 않아 결국 내뱉는 숨소리에 의지해 마무리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듣는 사람은 불안하고 답답하고, 숨소리에 묻혀서 나오는 노래 가사가 전달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건 창법이라고 하는거보단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쨋든 부르고자하는 노래의 분위기를 위해 노래에 맞춰 이런 스타일로 부르는건 이해가 가지만 모든 노래에서 이런 스타일을 고집한다는건 문제가 있다는거죠.

어떤 노래를 부르든 나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노래 속의 멜로디와 가사가 무엇을 표현하는지 찾아야하고 노래가 전달하는 느낌을 잘 살려 노래를 듣는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즉, 노래부터 잘 살리고 나서 본인의 스타일로 소화를 해야 노래를 잘 부른다는거죠. 처음 허각이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많이 듣던 말이 '허각은 변화가 없고 스타일이 고정되어 있다.'라는 말입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허각이 발라드만 불렀기 때문입니다. 허각은 아마 평소에 발라드를 많이 불렀을 것입니다. 발라드를 부르는 허각의 목소리 속에는 허각만의 필이 들어 있습니다. 아마 본인에게 가장 부르기 편하고 자기가 그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편한 무언가 있기 때문이겠죠. 이 필이라는건 가수를 표현하는 노래의 분위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심사위원인 윤종신은 이 부분을 간과했는지 심사평을 말할 때, '심사를하는 본인들이 좀 무뎌진게 아닌지.'하며 심사를 했습니다. 허각이 노래를 부를 때 표현하는 필에 심사위원들이 적응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본선에 올라와서 허각은 이문세의 '조조할인', 본조비의 'You give love a bad name',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같은 다른 장르도 노래의 느낌을 잘 살려 충분히 잘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그에 반해 존박은 분위기가 비슷한 R&B나 Soul 또는 Jazz 같은 노래에 잘 맞다고합니다. 아마 보이스 컬러가 중후한 편인게 가장 큰 이유겠죠. 여기서 또 둘의 차이가 보여집니다. 허각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영역이 존박보다 넓다는게 가수로서 더 좋은 자질을 갖췄다는 이야기입니다. 존박도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고득점을 받으며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발성을 고치지 않는 이상 발전과 변화하는 모습은 한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존박은 중후한 목소리로 소화해 낼 수 있는 노래선택의 폭이 이미 정해져 버렸습니다. 반대로 좋게 발하면, 장재인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개성이 잡혀버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슈퍼스타K2가 한번의 대결만 남게 되어서 다행이지, 앞으로 몇번 더 대결을 해야 한다면 존박도 장재인처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목소리가 될 소지가 큽니다. 한동안 심사위원에게 최고점을 받아오던 존박이 이번주 슈퍼스타K2에서 허각의 점수를 넘지 못한게 증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렇듯 노래를 부르는걸 놓고 따져보면 허각이 확실히 우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가요계는 노래만 잘한다고 뜬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노래 부를때 무대위에서 보여지는 비쥬얼과 마스크를 노래보다 더 중요시한다는 거죠. 외적으로 보면 허각은 존박보다 치명적입니다. 키도 작고, 옷빨도 받지 않고, 얼굴도 큰 허각과 키도 크고, 옷빨 잘 살고, 슈퍼스타K2 참가자 중에서 가장 비쥬얼이 뛰어난 존박의 대결은 우리나라 가요계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보는 듯 합니다. 슈퍼스타K가 가지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고요. 정말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뽑아서 가수로 성공하게 만들어 줄 것인지, 스타성을 염두해두고 뽑을 것인지.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질때 그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슈퍼스타K2가 끝이날꺼 같습니다. 아마 한명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고, 나머지 한명은 그렇지 못하게 되겠죠. 슈퍼스타K2가 시작될 때부터 참 각별했던 두 사람입니다. 허각이 미션 성공으로 받은 혜택을 미국에 계신 존박의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데 쓸 정도로 서로를 위한 마음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특성상 딱 한명을 뽑아야하기에 다음주는 좀 슬퍼질꺼 같네요. 둘이 그룹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져봤는데.. 아쉬움이 남는 다음주가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