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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 타블로 특집 2부를 보고..

강사 신종호 2010. 10. 9. 12:19
요즘 포스팅하기 딱 좋은 떡밥이 여럿 있어서 좋은거 같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타블로 학력논쟁.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군 타블로 학력논쟁 떡밥은 이제 쉴 때가 다가오는거 같다.

MBC 스페셜 타블로 특집 2부를 봤다. 1편보다 타블로 학력인증에 관한 비중은 줄고 타진요 까페장인 왓비와 인터넷 악플러에 관한 방송이 대부분이었다. 타블로 학력논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타진요 까페장이 어떤 사람인지, 그동안 인터넷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충분히 알 것이다. 그의 허무맹랑한 댓글들은 장난과 재미를 이미 넘어섰다. 왓비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해 방송을 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MBC 제작진에서는 왓비에 대해 독기를 품은 듯이 보였으나 MBC 스페셜 방송을 보고 난 나의 느낌은 이펙트가 너무 약한게 아니었나 싶다. 어느 블로거 님의 포스팅 중에 '진중권, 타블로 논쟁에서 중심을 잃고 당황하다.'(http://geodaran.com/1959)라는 포스팅을 봤다. 내가 진중권의 입장이었으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악플러들의 논리는 나름 논리정연하고 체계적이다. 이런 악플러가 욕을 먹는건 악플러들의 논리가 아무리 논리 정연하고 체계적이어도 그게 대중들의 논리와 질서에 맞지 않기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다. 소위 말하면 그들만의 틀에서 그들만의 생각으로 똘똘뭉쳐 스스로 자기 최면에 빠진 상태라고 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아무리 사실과 정확한 정보를 대중적인 입장에서 논리정연하게 알려줘도 서로 생각하는 알고리즘이 맞지 않기 때문에 악플러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알려줘도 그들이 생각하는 논리와 대중이 생각하는 논리와 맞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과 대중의 주장에는 갭이 생기게 된다. 이 갭은 악플러들에게 좋은 꼬투리, 타겟, 즉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서로 맞지 않는 갭을 아무리 주장해봤자 악플러들의 꼬투리가 되니 악플러를 상대할 때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아무리 말을 잘하는 진중권이라도 중심을 잃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이럴때 우리는 진중권을 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대중이 모여서 악플러에게 맞써야 한다. 우리는 악플러를 상대하는 방법부터 잘못된 것이다.

어제 MBC 스페셜 방송에서도 이런 악플러의 정신상태와 악플러들의 집단인 타진요에 대한 현상을 파헤쳐보기도 했다. 그들만 통하는 논리 속에서 서로 통하는 악플러들끼리 군집을 이룬 타진요. 그들의 논리가 맞지 않는 올바른 사실이나 정보가 유입될 경우 그 유입통로를 차단(게시물 삭제)시키거나 제거(강제탈퇴)해버린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들이 쳐놓은 테두리 안에서 바깥 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그들만 소통하게 되는 것이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면 철저히 배척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말이 통할리가 있을까?

악플러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우리도 충분히 악플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악플러와 정상적인 사람의 심리를 살펴보면 내가 어떤 사실을 믿고 싶어서 주저하게 될 때, 혹은 어떤 사실을 믿어버리게 될 때는 내가 믿고 싶은 정보와 똑같은 사실만 믿고 싶고, 내가 원하는 정보가 있으면 그것에 동조하고 싶은 심리가 강하다. 지금 이 글 쓰고 있는 내가 악플러가 될 수도 있고, 정신과 의사도 악플러가 될 수 있으며, 어디서 기부도 많이하고 착하게 살고 있는 누군가도 악플러가 될 수 있고, 인터넷을 하고 있는 어떤 누구라도 악플러가 될 수 있다.

참 머리 아픈 일이다. 악플로 여럿 사람이 자살을 했다. 악플로 사람이 죽고나서야 잘못을 뉘우치고 자성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겨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스스로 정화작용이 있지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악플러들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물론 제도적인 장치로 악플러를 조금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악플은 단순한 비방이 아니라 악플을 받는 상대방의 심리를 자극하여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가혹행위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장치를 피해 교묘히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면 되는 것이 때문이다.

이제 타블로 다음 누구가 악플러들의 타겟이 될 것인가? 법과 제도적인 장치가 생기기 전에, 우리 스스로를 통제하고 올바른 정보만 습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을 아무리 해봐도 뚜렷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MBC 스페셜에 나온 Stanford 교무처장은 이런 말도 했다. "모든게 사실이고 얼마나 더 해야하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Stanford 교무처장의 심정을 충분히 느끼기에 더 한숨만 나온다.